2010년 3월 8일 월요일

무한도전 김태호 피디 인터뷰

시네21발췌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2007&article_id=59087

追伸 소재고갈? 그게 먹는 건가요? 물론 김태호 PD가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소재는 인체 세포 수만큼, 여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의 숫자만큼 많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걸 어떤 내러티브로 엮어가느냐죠”라고 털어놓았을 뿐이다. 과거를 물어도 그의 이야기는 깔때기라도 달린 듯, 현재진행형의 기획과 내년에 추수할 아이디어들로 연방 되돌아왔다. 홍콩에 가서 <무간도>를 찍어도 재미날 것 같고, 버라이어티 안에 뮤지컬을 넣는 방식을 숙고 중이라며 상상도를 펼쳤다. 4년 동안 지지부진하던 <무한도전> 캐릭터 사업을 비로소 매듭지었다고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고, 사진작가에게 의뢰해서 작업해온 <무한도전> 스틸 사진 전시회를 예고할 때는 설레 보였다. 사진을 촬영하는 동안 그의 배낭을 맡았다가 무게에 무릎이 꺾일 뻔했다. 자료 파일과 서류,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 등짐을 멘 채 김태호 PD는 지인의 결혼식장에 가는 길이었다. 누군가에게 ‘재미’란 그렇게 지구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것이었다.



[김혜리가 만난 사람] <무한도전> 김태호 PD
글 : 김혜리 사진 : 이혜정 | 2009.12.21
재미의 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속도와 밀도는 공존하기 힘든 속성이다. 거기에 지구력과 자기 혁신까지 뒷받침되는 일은 더 어렵다.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경탄스러운 까닭은 그래서다. 단독 프로그램으로 독립한 뒤 181주, 버라이어티쇼의 한 코너였던 ‘무모한 도전’과 ‘무리한 도전’까지 포함하면 5년째 방영 중인 <무한도전>은 기동성과 일정한 완성도를 견지하며 진화해왔다. 예닐곱명의 멤버가 어울려 미션과 놀이로 채워진 짧은 여행을 떠나는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후발 리얼 버라이어티들이 인기를 끌고 안착하자, <무한도전>은 포맷의 ‘무한도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매주 기댈 수 있는 최소한의 매뉴얼조차 부숴버렸다. 콘서트를 열고 체전과 디자인 경진대회를 벌이고 독창적으로 고안한 규칙에 따라 도심 추격전을 벌이고 연기자 각자가 작가와 프로듀서가 되기를 시도했다. 게임쇼, 패러디, 공익 캠페인 등 과거 한국의 예능이 축적한 모든 소재를 <무한도전>의 방식으로 변용하는가 하면 급기야 미니 방송국으로 둔갑해 지난 추석에는 하루치 프로그램을 ‘졸속’ 제작했고 1년 동안 틈틈이 벼농사를 지어 ‘이건 뭥미(米)’를 생산했다. <무한도전>이 회심의 기획을 내지를 때마다 시청자야말로 헥토파스칼 킥을 맞은 표정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다. “이건 뭥미?”

매주 새로운 핀볼 기계를 발명하는 것과 같은 고역에 몸을 던지고 있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의 외모는 어딘가 천재 피아니스트를 연상시킨다. 한점에 집중하면 만사를 잊어버려 달걀 대신 자명종을 삶아 먹을 것 같은 인상이다(실제로 대학 시절 과 동기는 학생회 총무였던 김태호가 열차 시간표를 착각하는 바람에 100여명이 막판에 서울역까지 구보를 한 추억이 있다고 들려준다). 김태호 PD의 기획과 연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좌표를 벗어나는 상상력이다.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댄스 스포츠’, ‘벼농사’ 특집 등 장기 기획은 오락 프로그램에 투여되는 통상적 시간의 범주를 넘었고 좀비 특집 ‘28년 후’는 가장 판타지적인 기획을 통해 방송 제작 리얼리티의 맨살을 드러내버렸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 상상할 수 없었던 침침한 해상도의 6mm 카메라 화면과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연기자의 돌출행동으로 인한 ‘28년 후’ 파국적 결말은 거의 충격적이었다. “모든 재난영화가 지구를 구하고 끝나는 건 아니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방송이 나가고 나서 전국의 시청자에게 분노 바이러스가 퍼졌잖아요? (웃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을 절감했어요.” 활자가 아니라 이미지로 사고하는 쪽에 익숙하다는 그의 말에 수긍이 갔다. 삼각형을 정사면체의 한면으로 볼 줄 아는 사람만이 그처럼 ‘판’을 자유롭게 뒤집을 수 있다.

조연출 시절 그와 함께 일했던 개그맨 송은이는 “감각도 뛰어나지만 따뜻한 연출자다. ‘무리한 도전’ 시절부터 언뜻 보면 몰라도 재미있는 작은 리액션을 놓치지 않는 세밀한 편집이 눈에 띄었다”고 평한다. 밖으로는 부단히 모험을 시도하면서 내부적으로 견고한 유사가족의 안정감을 지켜낸 것도 김태호 PD의 중요한 성취다.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캐릭터의 성년에 이른 6~8명의 고정 멤버들은 터무니없어 보이는 목표 앞에서도 능력의 200%를 발휘하며 어떤 다재다능함보다 긍정과 낙천성이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교훈마저 전했다. 이제 <무한도전>의 연기자들이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마치 돌아올 집- <무한도전>- 을 두고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건 나뿐일까?

<무한도전>의 떠들썩한 표면 뒤에는 숨은 그림도 있다. ‘여드름 브레이크’의 소동 뒤에는 황량한 철거지역의 풍경이 있었다. 심지어 ‘식객’편에 대해서도 김태호 PD는 “급식예산을 삭감하는 한편에서 물량 공세를 해법으로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이 추진된다. 세계인들이 우리 생각만큼 한식을 잘 알지 못한다는 걸 은연중에 짚어주려는 생각도 있었다”고 밝힌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집중력을 요하는 쇼다. 방을 닦으며 건성으로 눈길을 던져서는 100% 즐길 수가 없다. <무한도전>이 ‘피곤하게’ 만든 건 시청자뿐만이 아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무한도전>은 예능 분야 종사자들을 엄청나게 피곤하게 만든 것 같다. 이제는 모두 사력을 다해 찍고 혼신을 다해 편집하지 않으면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관전평을 들려준다. 토요일 오후 약속 장소에 나온 김태호 PD의 빨간 헤드폰 속에는 조용필의 노래가 플레이되고 있었다. 복고 취향에 꽂힌 걸까? 속 편한 짐작이었다. 그는 조용필의 음악으로 이루어진 <맘마미아!> 같은 뮤지컬”을 1년이 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이 김태호 PD의 휴일이었다.

김혜리: <무한도전>은 걱정해주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 방영이 끝나자마자 곱씹을 시간도 없이 경쟁적으로 좋고 나쁨을 평하는 인터넷 기사가 쏟아져나옵니다. 최근 ‘식객-뉴욕’ 편 방영 뒤 명현지 셰프와 정준하씨가 벌인 갈등을 놓고 한창 시끄러웠는데요.

김태호: ‘식객’ 특집 첫회에서 허영만 선생님의 <식객>에 나온 “세상의 맛있는 요리 숫자는 세상에 있는 어머니 숫자와 같다”는 말을 인용했는데요. 저희가 볼 때 정준하씨한테 김치전은 어머니가 해준 그 맛이었고 셰프는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김치전을 생각한 것 같아요. 누가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건데 두분 다 고집이 있어서 생긴 일이죠. 현장에서는 셰프의 지위가 위니까 결과적으로 하극상으로 보였던 것 같아요.

김혜리: 두 사람의 불편한 분위기가 미국식 리얼리티쇼에서 흔히 보는 갈등 요소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파장이 커서 놀랐습니다. 한국의 리얼리티쇼에서는 캐릭터들이 밉상이 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요? 우리 시청자가 어쨌거나 그들이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이 강한 것 같아요.

김태호: 선한 민족이라 그런가봐요. 착한 인물로 구성된 리얼 버라이어티는 많잖아요.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들은 <무한도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캐릭터를 가진 유재석씨가 전체 이미지의 4/n가량을 점하고 있기도 하고요. 우리 연기자는 처음에 누가 봐주지 않던 데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는 데 4, 5년이 걸린 건데 가끔 원래부터 스타들이었다고 착각하세요.
중의적이고 함축적인 ‘<무한도전>스러운’ 자막

김혜리: <무한도전>은 팬덤이 활성화된 대표적 프로그램입니다. 얼마나 피드백을 하시나요?

김태호: 방송 직후에는 흥분 상태에서 비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루, 이틀 지난 다음에 시청자 게시판을 봐요. 10대부터 30대를 타깃으로 생각하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보고요. 최근 대학생 크리에이티브팀을 모집했는데 4천명이 이력서를 냈어요. 아이디어를 뽑아내려는 게 아니라 젊은이들의 생각을 공유하려는 목적이에요. 일종의 아카데미 같은 느낌으로 저와 제작진이 직접 참여해서 운영하려고 해요. 저희로선 일의 능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교류를 통해 저희 생각도 젊어질 수 있겠죠.

김혜리: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러진 ‘돌아이 콘테스트’특집을 보면서도 <무한도전>의 예비군 인력 풀을 형성하려는 게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김태호: 기본적으로 연기자와 스탭으로 이뤄진 ‘<무한도전> 가족’이 있지만 그 테두리를 많은 사람이 겹겹이 둘러싸야 외부의 충격이나 내부의 폭발이 있어도 충분히 감쌀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돌아이 콘테스트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처럼 누가 보기에도 평범한 학생, 회사원들인데 알고보면 ‘또라이’인 사람들을 생각한 거예요. 멀쩡히 지내다가 어느 날 하늘에 ‘또라이’ 마크가 뜨고 홍철이가 드디어 우리가 활약할 때가 됐다고 선언하면 “나는 돌아이야!” 하면서 결집하는 거죠. (좌중 폭소)

김혜리: <무한도전>에서 PD의 존재감이 부각된 건 자막의 구실이 큽니다. 상황요약, 연기자에 대한 연출자의 말대꾸, 시청자를 향한 PD의 ‘구내방송’ 같은 기능을 두루 하면서 화면에 다섯 번째 차원을 보태는 느낌이고, 화면구성이 자막으로 인해 만화책처럼 보이기도 해요. 자막이 또 다른 오락의 소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시작했습니까?

김태호: 조연출 시절 1시간 분량이면 A4 용지 100장의 자막을 일일이 손으로 적었어요. 일주일이면 이틀을 소모하는 그 작업이 아무 창의력없이 단순한 노동이 된다면 굳이 우리가 PD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대단한 도전’ 코너부터 자막을 많이 썼는데, 한번 곱씹어볼 수 있는 자막을 쓰려고 했어요. 캐릭터를 부여하고 상황을 요약하면서 뒤에 올 코미디를 예비하는 발단과 전개를 짚어주는 거죠. 시청자가 “저 못난이들 또 저러고 있네”하고 비스듬한 자세로 보다가 “어? 내 마음이 들켰네?”하고 놀라서 주의깊게 보도록 접근한 거예요.

김혜리: 요즘은 직접 자막 작업에 손대지 않나요?

김태호: 지금은 후배들이 쓰죠. 일단 저와 두 후배 PD, 조연출까지 일곱명이 화요일에 1차 시사를 하면서 자막과 CG에 관한 생각을 공유해요. 이야기를 쥐락펴락할 방법을 찾는 거죠. 목요일에 1차 자막 넣은 편집본으로 웃음 더빙을 하며 모니터를 한 다음 <무한도전>스럽지 않은 자막을 걷어내고 수정하는 작업을 해요. ‘<무한도전>스러운’ 자막이란 너무 직설적이지 않고 중의적이고 함축적인 자막을 말해요. 그게 어르신 시청자에겐 어려운 요소일 수도 있죠.

김혜리: 하긴 <무한도전>은 시청률은 높지만, 간혹 전 국민이 알 법하지 않은 문화적 레퍼런스들이 들어가 있어요. 그래서 TV를 틀어놓고 귀만 기울여서는 흐름이나 재미를 놓치기 쉬워요.

김태호: 저희 부모님도 상당히 어려워하실 때가 많아요. 그러나 다른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가면 예능이 다 같이 먹을거리가 없어져요. 스스로 유목민이라고 부르는데 다 같이 풀을 뜯는 상황에서 저희라도 고개를 들어 다른 풀밭을 찾아보지 않으면 여기서 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사 입사한 이래 3년 전부터 현재까지가 예능이 사내외적으로 가장 높이 대우받는 시기라고 느껴요. 예전 예능국은 일은 뼈빠지게 하면서 부서간 서열로는 밑바닥인 이미지였어요. 지금은 경영과 마케팅, 수익을 따지는 시대가 되면서 드라마와 예능이 맨 위가 됐죠. 지난해에만 <무한도전>이 낸 순수익이 100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광고회사에 따르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보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보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해요.
동아일보와 제일기획에 가지 않은 이유

김혜리: 충청남도 대천이 고향입니다. 바다가 가까운 동네였나요?

김태호: 마음먹으면 20분에 시내를 한 바퀴 도는 곳이었어요. 해수욕장은 버스로 삼십분 거리였는데 어머니가 어디선가 제가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다는 점괘를 보셔서 어려서는 바다가 금지구역이었어요. 어쩌다 몰래 안 들키고 놀고 왔다 싶으면 옷을 벗을 때 모래가 주르륵 흘러나왔죠. (웃음) 프로그램에서도 대천의 이미지를 가끔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언제인지 모르지만 나중에 돌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김혜리: 텔레비전을 많이 보는 편이었나요?

김태호: 예. 집에서 잘 나가지 않는 아이였어요. 여섯살 무렵에 나도 저런 걸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PD가 되는 꿈을 많이 꿨어요. 중·고교 시절 그 꿈을 잊었다가 대학원서 쓰면서 원래 PD를 하고 싶었다는 걸 기억해냈죠. 지금도 집에서 엄마가 보시는 가요 프로의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엄마와 누나 옷을 뒤져서 의상을 흉내내 입어본 기억이 스쳐가요. 누나 셋에 여동생이 하나거든요. 대학 시절에도 TV 보는 걸 좋아해서 밤 10시면 드라마 보러 들어갔다가 다시 약속 장소에 나가기도 했어요. (웃음)

김혜리: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선배와 동기 친구에게 들었는데, 신입생 때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고 귀국했다”고 말했는데 다들 믿어버렸다면서요? (웃음)

김태호: 당시 제가 얼굴이 까맣고 말랐었는데 마이클 잭슨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수능시험 본 이튿날 미용실 가서 잭슨 머리 해달라고 했거든요. <데인저러스> 즈음에 앞머리 한쪽으로 흘러내린 머리 있잖아요. 그런데 하고 보니 옆집 아줌마 머리하고 똑같은 거예요. (좌중 폭소) 나중에는 변진섭 머리처럼 풀렸고요. 입학하고 교환학생이라고 하면서 “아버지는 약 파시고 난 텀블링하고 여동생이 앞에서 돈 받았다”고 했더니 약 한달간 다들 믿더군요.

김혜리: 광고 동아리에서 활동하셨죠? 무엇을 배웠나요?

김태호: 15초 안에 극명하게 메시지나 감정을 확 전달해줄 방법을 모색한 고민이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후배들에게 “다른 건 몰라도 <무한도전>은 웃음 rpm(분당 회전수)이 높아야 해”라고 말해요. <해피선데이-1박2일>이나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는 앞에서 천천히 흐르다가 마지막에 웃음을 줘도 되지만 우린 1분에 2~4번은 웃음을 줘야 한다는 게 있어요.

김혜리: <동아일보> 입사시험을 최종까지 합격했는데 포기하고 MBC에 지원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미래가 불투명한 시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김태호: 제가 활자 습득력이 떨어지거든요.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예를 들어 <한겨레>를 완독하려면 6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기억은 보통 이미지나 화면으로 해요. 당시 <동아일보> 시험문제는 이메일인가 인터넷의 폐해를 논하라는 것이었는데 컴퓨터 화면에 이메일 프레임을 그려서 메일을 하나 썼어요. 여자친구한테 사과하는 내용을 잘못 보내서 바람 피우다 들킨 것으로 오인받는 상황을 가정했죠. 인턴 합격자 12명에 들었다고 8월20일에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는데 어째 남의 옷 입은 느낌만 들고 한숨만 나오는 거예요. “나 글 쓰는 건 싫은데…”싶고. 정장을 입고 오라는 지시도 마음에 걸렸어요. 결국 “내일 못 갈 거 같습니다”라고 전화했더니 “왜요?” 묻더라고요. “마음이… 안 내키네요”라고 대답했어요. (좌중 웃음) 그 전화 끊고 울었어요. 인생을 그르친 게 아닐까 두려워서요. 일단 다니다 전직을 도모할까도 생각했지만, 선배들 보면 그런 경우 백이면 백 첫 회사에 머무르더라고요.

김혜리: 한데 SBS는 원서내는 날짜를 놓쳤다면서요.

김태호: 오늘까지 접수니 자정까지 하면 되겠거니 믿고 친구와 어울리다가 집에 왔는데 저녁 8시에 마감했더라고요. 그날 같이 논 친구는 이듬해 SBS에 들어갔죠. (웃음) 남은 회사가 MBC와 광고회사 제일기획이었어요. 제일기획은 최종까지 갔는데 재학증명서를 빠뜨렸어요. 인사부 과장님이 다음날 퀵서비스로 보내면 받아주겠다고 했는데, 어린 생각에 설마 재학증명서 없다고 떨어뜨릴까 싶어 안 보냈더니 떨어졌죠. 그냥 정이면 될 줄 알았어요. 서로 눈을 바라보며 얘기했으니까…. (좌중 폭소) 사회가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죠. MBC에는 노란 머리에 피어싱을 한 차림으로 면접을 보는데 면접관들이 옷 어디서 샀냐고 웃으며 묻더라고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저렇게 못생기고 튀는 애들이 일은 잘한다고 했대요. 난생처음 발급한 신용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백화점에서 너무 예쁜 바지를 바라보며 망설이고 있었는데 합격통보를 듣자마자 바지를 산 기억이 나요.

김혜리: 다들 헙수룩한 조연출 시절에도 개성적인 옷차림이 눈에 띄었다고 들었어요. 방송사도 회사인데 옷을 선택할 때 전혀 눈치를 보지 않습니까?

김태호: 너무 옷을 편하게 입으면 사람도 편해지니까, 긴장감을 주고 싶어 그날그날 제 기분과 어떤 촬영이냐 하는 컨셉에 맞게 입어요. 가령 패션쇼편 촬영 같으면 저도 격식있게 정장 입고 가죠. 어느 해인가는 8월31일에 달력으로는 아직 여름이구나 싶어서 하와이안 셔츠랑 반바지 입고 비치볼 들고 가서 편집실에 파라솔 펴놓고 편집했어요. 그날그날 스스로 즐거움을 주지 않으면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근데 자꾸 화면이 파란색으로 보여서 흠칫 놀랐죠. 선글라스 낀 걸 잊고. (웃음)
‘루저들의 외인구단’식 컨셉으로 유재석과 의기투합

김혜리: 조연출로서 <일요일 일요일 밤에> <논스톱4> <코미디하우스> 등을 거치셨습니다. 무엇을 훈련하고 습득한 기간이었나요? 입봉하면 이런 색깔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는 구상도 있었을 텐데요.

김태호: 먼저 <섹션 TV연예>를 했는데 연예 프로 PD의 일은 리포터에 가까워서 주체적으로 내용을 정할 수 없었어요. <느낌표>에서 7, 8개월 일했는데 일주일에 하루 집에 들어오는 생활이었어요. 마늘과 쑥을 먹던 시기죠.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편집해서 선배한테 보여드리면 혼나고 다시 금요일까지 완성해놓고 주말에는 가출 청소년들 찾아다니고. 그즈음에는 회의실에 메인작가랑 둘이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아니, 저 여자는 와이프가 왜 밥 먹자는 말을 안 하지?” 하도 같이 붙어 있으니까 부부처럼 느껴지는 거죠. (좌중 폭소) 그 다음 <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갔는데 편집 잘하는 친구 왔다고 선배들이 손을 뗐어요. 하지만 그때는 힘들어도 재미있었어요. 잘했다고 박수쳐주니까요. 그러다 스물아홉 되던 해 연말에 쓰러졌어요. 열흘 정도 입원하면서 이제 서른인데 이 직업을 앞으로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디자인을 공부해볼까 싶기도 했고요. 결국 5년만 이 회사에서 일해보자 했는데 올해가 딱 5년째죠.

김혜리: <무한도전>에 투입된 것은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인 ‘무리한 도전’ 시대부터였나요? 아니면 스튜디오로 들어온 <무한도전-퀴즈의 달인>(‘거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을 중심으로 한 코너)부터인가요?

김태호: 2005년 10월 <강력추천 토요일>의 ‘무모한 도전’을 이어받아 ‘무리한 도전’으로 바꾸고 12월에 실내 스튜디오로 들어와 <무한도전-퀴즈의 달인>으로 넘어갔어요. 촬영할 때보다 결과물의 재미가 덜해 시스템 문제일까 캐릭터 문제일까 고민하다가 원점부터 시작하자 싶어 캐릭터를 명확하게 잡을 수 있는 스튜디오로 들어왔어요. MBC로서는 최초로 연기자 한명당 한대의 카메라를 배치했어요. 예컨대 야외에서 노홍철씨가 작게 말하는 멘트가 아주 시적이고 창의력 있는데 풀숏에서는 소화가 안됐거든요. 예능하면 무조건 카메라 한대 주던 때였는데 무조건 일곱대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고집해서 덕분에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뻔했어요.

김혜리: 유재석씨는 <무한도전> 이전에도 <외인구단>이나 <감개무량> 등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프로를 했었죠. 유재석씨와는 언제 처음 인연을 맺었나요?

김태호: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일할 때 그간 고생했다고 선배가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냐고 물었거든요. “유재석씨랑 하고 싶다. <토요일>로 보내달라”고 해서 처음 만났죠. 유재석씨는 원래 ‘루저들의 외인구단’식 컨셉에 애착이 있었어요. 얼마 전 유재석씨가 그러더군요. 자신의 머릿속에 언제나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걸 현실로 만들어준 게 저라고. 저 역시 미국 다녀온 직후 영화 <엑스맨>처럼 초능력이 아니라 ‘저능력’을 하나씩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파워레인저처럼 활동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고요.

김혜리: ‘무모한 도전’, ‘무리한 도전’, ‘퀴즈의 달인’을 거쳐 <무한도전>으로 독립해서 180회를 만드셨습니다. 어찌 보면 시즌제이되 시즌 사이에 휴식기가 없는 시즌제였던 셈인데요.

김태호: 드라마는 16부작, 24부작을 하면 끝을 정해놓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예능은 그게 없어요. 재미있다고 박수치던 분들이 그 손으로 손가락질을 해야 끝나는 게 예능이에요. 재미가 시들고 저거 왜하냐고 사람들이 화를 내야 끝나는 것이 슬픈 현실이에요. 그게 싫어서 사장님께 청을 드렸어요. 2008년 3월까지만 방영하고 적어도 3개월은 쉰다는 계획이었죠. 휴식기 동안 쉬는 게 아니라 배낭 하나씩 메고 6mm 카메라 들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돌고 오겠다.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를 우리 그림으로 찍어보고 마추피추에 가서 돌을 직접 등에 지고 날라보겠다. (웃음) 그런데 연초가 되니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다는 전갈이 오더라고요. 그 뒤로는 한동안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연기자들도 체력이 바닥나서 <무한도전>만 빼고 다른 프로그램을 다 접겠다고 한 적도 있었어요. 박명수씨는 “난 하나 해선 안돼”라고 했지만. (웃음) 실행되진 못했죠.
캐릭터는 만들어진 것을 주워모으는 것

김혜리: 시청자 입장에서는 2008년 6월 110회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부터 <무한도전>의 르네상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10회 이후로 여타 리얼 버라이어티와 확연히 구별되는 포맷을 정립한 특집이 이어졌어요.

김태호: 그맘때 연기자들도 어깨가 처져 있었는데 ‘돈가방’과 ‘좀비’특집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어요. 그해 2월 하하 게릴라 콘서트 끝나고 침체기가 있었거든요. 3월 인도 특집은 현지 프로덕션에 사기를 당하기도 했어요. 촬영의 편의를 위해 인도 국영방송에 관련된 프로덕션과 계약을 했거든요. 나무에 10년째 매달려 사는 사두, 평생 앞구르기만 하는 기인 등을 다 섭외해줄 수 있다고 했고, 발리우드 댄서들도 섭외해 뮤지컬 장면을 찍기로 계획했어요. 그런데 촬영 첫날 사두가 왔는데 너무 평범해 보이고 요가를 해보라니까 다리도 못 찢어요. 이튿날에는 두 번째 기인이 왔다는데 보니까 어제 온 그 사람이 저쪽에서 가짜 수염을 붙이고 있는 거에요. (좌중 폭소) 알고 보니 기인 6명이 다 같은 사람이었어요. ‘하나마나 송’(<무한도전> 멤버들의 별명을 소개하는 노래)을 인도어로 편곡해서 뮤지컬을 찍는 날은 한 무리의 여성이 트럭에서 내리는데 할머니, 애 업은 아주머니 등 동네 아낙들인 거예요. 봄까지 상당히 힘든 시기였어요.

김혜리: 매회 아이템을 연기자들이 정말 모르고 오나요? 아니면 유재석씨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인가요? 매회 이번에는 얼마나 알리고 숨길 것인가에 대한 감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김태호: 모르고 접근해야 하는 아이템은 정말 비밀로 하고, 굵직한 아이템은 유재석씨에겐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리 리얼이 재밌어도 때로는 마음가짐의 준비 없이는 재미없는 기획이 있으니까요. 절대 얘기하면 안되는 멤버는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인데 알면 꼭 연기에 표가 나서죠. (웃음)

김혜리: 6명 내지 7명의 고정 캐릭터들에게 몇 배수의 별명을 지어주었습니다. 고정된 인원의 캐릭터를 변주하는 효과인가요?

김태호: 캐릭터의 수명은 분명 있어요. 유재석씨 경우가 가장 객관적인 인물이라 캐릭터 찾기가 제일 힘들어요. 이를테면 회전목마의 말에는 여러 색을 칠할 수 있어도 돌아가는 축이 되는 기둥에는 색칠하기가 애매한 거죠. 박명수씨는 어쩌면 제일 현실적인 캐릭터인데 그게 외모에도 잘 맞아요. 정형돈 캐릭터도 사실적이죠. 본인이 “난 캐릭터가 없어. 못 웃겨” 한탄하곤 했는데 네거티브 전략을 쓰자고 했어요. 못 웃긴다고 프로그램에서 자꾸 야단치면 <오즈의 마법사>의 겁많은 사자 같은 못 웃기는 개그맨 캐릭터가 되지 않겠냐고. 그런데 요즘엔 결혼하고 부인 덕 볼 거라는 자신감이 커져서 여유를 부리고 있어요. (웃음) 와이프가 손금을 봤는데 한국 7대 손금이라나요. 노홍철씨는 머리가 정말 좋아요. ‘나 잡아봐라’ 특집 같은 경우 홍철씨 아니면 단선적으로 흘러갔을 이야기가 그가 보태는 변수로 인해 판이 커졌죠.

김혜리: 별명으로 캐릭터를 변주하고, ‘체인지’편처럼 서로의 캐릭터를 바꿔입기도 했고 아예 권력관계를 재편하는 ‘박반장 3주천하’도 있었어요. 이정도면 가능한 변용은 다 해본 게 아닐까요?

김태호: 캐릭터는 어차피 제작진이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을 주워모으는 거예요. 얼마 전에는 아예 제가 빠지는 안도 이야기했어요. 예를 들어 <북극의 눈물> 감독께 맡겨본다거나 류승완 감독이 들어와서 해본다거나. 류 감독에게 말씀드렸더니 버라이어티를 할 자신은 없고 <무한도전>팀을 데리고 종일 찍으면 10분짜리 단편은 나오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제작과정의 메이킹을 만들면 충분히 협업이 되지 않을까 해요. 올해는 외부와 협력 프로젝트를 활성화한 해였어요. 2, 3년 전에는 당시 예능의 클리셰를 바꾸면서 만들었는데 지난해부터는 아예 환경을 변화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캐릭터가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인물끼리 충돌하는 건 이미 재미가 없거든요. 심지어 저희 멤버가 없는 <무한도전>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외전’도 생각해봤어요. 그동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온 관계들, 예를 들어 ‘여드름 브레이크’의 유 형사와 정 형사의 ‘두 형사 이야기’, ‘여드름 브레이크’에서 탈주한 세 죄수의 후일담을 만드는 거죠. 디즈니 월드도 미키마우스에서 시작했지만 다른 캐릭터가 늘어나면서 피라미드 조직처럼 확장됐잖아요.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어요.
<무한도전>은 매뉴얼이 없다

김혜리: <무한도전>은 <라인업>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등 여러 리얼 버라이어티의 후발 주자가 등장하자 기존 틀을 스스로 거의 깨버렸습니다. 만약 후발 주자가 없었다면 <무한도전>은 다른 진화의 궤적을 그렸을까요?

김태호: 이제 저희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 직업 체험을 해도 그냥 하루 경험으로 끝낼 수 없고 에어로빅 특집을 해도 한회 재미나게 배워보고 마지막 도전 하나로 마무리할 수가 없어요. 시청자가 저희에게 기대하는 건 뭘 했으면 대회에 나가든지 전국구적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거예요. 확실히 다른 프로그램의 존재가 이런 발걸음을 빠르게 만들었어요.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저희가 한 아이템은 다른 프로에서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는 허용되지 않아요.

김혜리: 멤버들이 디자인에 도전하는 ‘프로젝트 런어웨이’편에서는 케이블TV의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를 인용했습니다. 케이블에서 볼 수 있는 국내외 리얼리티쇼 가운데 자극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김태호: <프로젝트 런웨이>는 국내 프로그램이 방영되기 전부터 관심이 있었어요. 지난해에는 미국의 <프로젝트 런웨이>에 가서 인턴으로라도 일해보고 싶다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고요. 해외 프로덕션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세팅이 확실해요. <빅 브러더> <서바이버>를 만든 네덜란드의 엔데몰사도 포맷을 비즈니스 모델로서 세계 각국의 지사를 통해 팔아요. 1, 2년 전 해외에서 <무한도전>의 포맷을 사겠다고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일 먼저 매뉴얼을 요구해요. 그런데 매주 원점에서 시작하는 우린 매뉴얼이 없거든요. 그들이 내린 결론은 “정말 몹쓸 프로그램이다”였어요. (웃음)

김혜리: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 프랜차이즈를 사랑하면서도 커리어의 6년을 바친 것에 대해 불안감을 토로한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김태호 PD도 5년째 <무한도전>에 매달리면서 그런 불안이 있을 텐데요. 아마 그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게 아닐까요?

김태호: 원래 가장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은 시상식 같은 쇼였어요. 그런데 막상 방송국에 들어와보니 매우 힘든 작업이고 기회도 별로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한도전> 하면서 음악 쇼, 시상식, 영화 다 해봤죠. (웃음) 솔직히 PD의 평균수명이 입사 뒤 5년은 조연출하고 현장에서 딱 10년 뛰면 데스크로 가거든요. 전 자칫하면 <무한도전>만 하다가 데스크로 물러날 수도 있는데 누가 제 경력을 챙겨줄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무한도전>의 색깔을 유지하는 안에서 제가 하고 싶은 것, 연기자들이 해보고 싶은 걸 담아내며 위안을 구하지 않으면 정말 소모품밖에 안되는 거 같아요.
가장 경계하는 것은 ‘자뻑’

김혜리: 마이클 잭슨이 타계했을 때 통상의 뮤직비디오 대신 <빌리 진> 공연 영상을 프로그램 말미에 넣어서 화제가 됐습니다.

김태호: 마이클 잭슨을 가슴에 안 품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학창 시절 곳곳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이에요. 고마운 사람한테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어요. 가장 친했던 고등학교 친구와 둘이서 야간자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늘 하던 일이 레코드점에 가서 발매 안된 걸 뻔히 아는 잭슨의 DVD가 나왔는지 괜히 물어보고 떡볶이 먹는 거였어요. 근데 그 친구가 고3 앞둔 겨울방학에 잭슨의 새 뮤직비디오가 출시된 것도 못 보고 자살을 했어요. 대학 입학 뒤 <넘버 원>이 나왔을 때 친구가 걸어 들어간 강에 던져주고 왔어요.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을 보면서 그 사람의 섬세하고 시적인 말투 때문에 마음이 아팠어요. 리듬을 아침 햇살 속에 겨우 몸을 일으키는 느낌에 비해 설명하고, 너무 큰 음향을 주먹을 귀에 쑤셔박는 것 같다고 표현하는 그런 사람한테 사람들의 막말이 얼마나 송곳처럼 들어갔을까요.

김혜리: <무한도전>이 시작 화면에는 12살 시청가 표지판을 하하씨의 캐릭터가 들고 있습니다. 그가 군대에 갔을 때 “하하가 올 때까진 어떻게든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연기자와 연출자의 실무 관계를 넘어서는 것처럼 보이는 이 우정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태호: 형들은 나이와 가족이 있다 보니 다치는 걸 꺼리지만 하하는 비난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어요. “넌 PD 마인드를 가진 연기자야. 내가 고마워하는 걸 알아줘”라고 늘 말하곤 했어요. 실제로 그가 떠난 다음 타격이 오고 시청률이 떨어졌을 때 그동안 비난했던 분들에게 “그것 보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었어요. 내년 봄에 돌아올 텐데 소지섭처럼 몸을 한달 동안 만들어오겠대요. 뭘 위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연기자에 대한 제 애정이 남다르다면 저의 사람 대하는 방식 때문인 것 같아요. 먼저 못 다가가는 성격이라 누가 손을 내밀면 꽉 잡아요. <무한도전> 연기자들은 저한테 양손을 내밀어준 사람이니 진심으로 대하고 고민도 나누고 슬럼프라면 처방도 같이 내리고 싶어요. 한 연기자가 촬영 전날 밤 어머니가 중병 진단을 받았다고 전화를 했을 때는 제작비 손해를 감수하고 촬영을 취소했어요. 그럼으로써 한번은 잃는 게 있겠지만 저는 연기자의 신뢰를 통해 더 많은 걸 얻는다고 생각해요.

김혜리: 정준하씨가 접대부 고용 술집 경영에 연루됐다고 비난받았을 때 개의치 않고 멤버로 함께 가기로 한 것은 우정보다 작은 문제라고 봤기 때문인가요?

김태호: 저희가 정준하씨와 만난 자리에서 진실을 말해달라고 청했고 그는 자기를 믿어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진실이라 믿고 밀고 나가겠다고 했고 만약 진실이 아닐 경우는 당신도 나도 틀린 거다라고 이야기했어요. 단순히 친분 때문에 무시하고 가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김혜리: 최근 유재석씨 소속사의 외주제작 문제와 맞물려 유재석씨가 <무한도전>에서 하차한다는 설이 보도됐고, 이어 유재석씨가 <무한도전>을 위해 소속사를 바꾸지 않겠냐는 추측도 돌았습니다.

김태호: 저나 유재석씨는 모르는 일이었고 소속사쪽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 같아요. <무한도전>의 외주제작은 3, 4년 전에 논의됐다가 MBC 내부적으로 밖에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어요. 지금 다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건 소속사쪽에서 MBC쪽에 뭔가를 제의하고 싶은 게 있어서가 아닐까요. 우리 문제인데도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논의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느껴져요.

김혜리: MBC 예능의 전통적 특징은 공익성과 휴머니티의 강조입니다. <무한도전> 역시 ‘사랑의 도서관’, 달력 만들기 등 봉사와 기부 컨셉의 기획을 비롯해 ‘벼농사’ 특집, 자영업자 살리기를 표방한 ‘박명수의 기습공격’을 만들었습니다. 공익성을 강조하는 방법도 자선의 형태부터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보여주는 접근법까지 다양할 텐데요. <무한도전>은 이 부분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나요?

김태호: 저희가 제일 경계하는 것이 ‘자뻑’이에요. 우리가 높은 데에 있고 베푸는 방식으로 나누는 것이죠. <느낌표>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러브하우스’를 하면서 일종의 거래가 아닐까 고민했어요. 어려운 사람의 신분을 노출하고 슬픔을 다시 끄집어내 상처를 보여준 다음 그 ‘대가’로 집을 지어주고 도움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함이었죠. 가출 청소년을 찾아다닐 때, 딸을 찾아나선 아버지가 속옷 바람이어야 하는데 제대로 옷을 입고 나와서 헐레벌떡한 느낌이 없다고 선배한테 야단맞은 일이 있어요. 전 표정만으로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고요. ‘러브하우스’도 방송국에서 간다고 말씀드리면 제일 좋은 옷을 입고 화장도 하고 계신데 리얼함이 떨어진다고 지우라고 시키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 게 너무 싫어서 공익은 다시 안 한다고 결심했는데 <무한도전>을 하다 보니 어떻게든 나누고 싶었어요. 3, 4년 전 연말 방영분에서 몰래 어려운 분들의 집 앞에 선물을 놓고 왔죠.

김혜리: 그런데 도움받은 분들의 반응을 보여주는 장면이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김태호: 그분들을 노출하지 않았지만 다음날 아침 집 앞의 용달차를 보았을 때 가족의 아버지가 모든 걸 함축하는 리액션을 하셨어요. “오, 하나님!” 하는 한마디였죠. 치킨집과 삼겹살집을 찾아간 ‘박명수의 기습공격’은 ‘신동엽의 신장개업’을 저희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한 거예요. 거기서 음식점 주인, 먹으러 간 운동선수들, 돈을 쓰는 박명수, 어느 하나 밑지는 장사가 아니거든요. 초대된 선수들은 잘 먹어서 좋고 장사하시는 분들은 불로소득이 아니니까 떳떳하게 돈을 받을 수 있고 저희는 기쁨을 나눠서 좋고 세 가지가 결부돼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공익도 거품은 빼고 진실을 돋보기처럼 확장해서 보여주는 쪽이 맞지 않나 싶어요.
“휴대폰 꺼놓고 프로그램만 만드는 게 소원”

김혜리: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 정국에서 자막으로 정치적 코멘트를 넣었다고 화제가 됐고 ‘여드름 브레이크’편에서 철거지역을 배경으로 택해서 주목받았습니다. 그와 같은 세부적 선택을 할 때 망설임은 없나요?

김태호: 저는 한국사회에서 보통 청년으로 자라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해서 매일 신문을 읽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런 보편적 시각을 담은 자막인데 반대쪽 편향의 시선을 지닌 사람들이 그것을 편향된 정치적 견해라고 봤어요. 그 정도 표현을 주저하는 상황 자체가 도리어 새로운 것 같아요. 불과 3, 4년 전에는 대통령 흉내도 냈잖아요? 빨갱이라고 부르는 협박전화도 받았어요.

김혜리: 예능이 드라마보다 더 사회 현실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신가요?

김태호: 특히 버라이어티가 요즘 현실 속으로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러다보면 만나는 시민, 찾아가는 장소의 현실과 고민과 동떨어져 있을 수 없어요. 다만 주제에 접근할 때도 중의적인 방식을 선호해요. ‘여드름 브레이크’의 경우 철거에 관련된 배경 사실이 없어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거든요. 정치성이라면 좀비 특집 ‘28년 후’가 더 선명했죠. 1980년에 퍼진 분노 바이러스에 관한 이야기였으니까요.

김혜리: 영화적인 기획들과 비인기 종목에 장시간에 걸쳐 도전하는 특집을 보면 더이상 “얼마나 웃기느냐”가 더이상 <무한도전>의 절대적 척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태호: 웃음이 가장 크긴 하지만 포괄적 재미를 추구해요. 만약 스릴이 시청자에게 충분한 쾌감을 준다면 웃음보다 스릴을 좇아갈 수도 있고 공익적 내용이 공감을 끌어낸다면 그 부분을 살릴 수도 있어요. 어차피 개그맨들이기 때문에 웃음은 자연히 들어가요. 전체적으로 저희 멤버나 시청자도 시즌1, 2 때처럼 넘어지는 몸개그가 자아내는 웃음만을 재미로 여기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제작진이 바빠진 것은 어느 정도 성장을 마친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다른 환경에 넣는 작업을 하고 있어서죠. 이번주에 눈떠보면 다른 환경에 처해 있고 다음주는 또 다른 세계죠. 과거 <무한도전>이 집에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젠 로드무비처럼 역에 멈출 때마다 다른 상황에 맞닥뜨리는 거죠. 가다가 기차가 고장날 수도 있고 그러면 정비를 해서 가야 하고 기관사가 바뀔 수도 있어요.

김혜리: <은하철도 999>가 생각나는데요? <무한도전>이 인기가 확고해지면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김태호: 어디 가서 저랑 잘 안다며 영리적 목적을 채우려는 사람도 있고 프로그램을 통해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도 있어요. 이름만 빌려달라는 제안도 있고요. 철저히 거절해요. 제 소원은 휴대폰을 꺼놓고 프로그램만 만드는 거예요.

김혜리: 9년차 예능 PD로 일하는 동안 인간에 대해 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나요? 아니면 반대인가요?

김태호: 정말 친한 존재도 가끔은 상처가 되고, 다시는 너희랑 일 안 한다 싶다가도 너희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게 인간인 거 같아요. 연기자와 제작진을 향한 감정이 프로그램에 대한 감정으로 연결돼요. 저희끼리 관계가 나쁘면 프로그램도 재미가 없어져서 늘 조심하고 있어요. 이제 <무한도전>은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저와 멤버들, 제작진의 관계를 통틀어 규정하는 말 같아요. 저나 멤버들에게 전화가 걸려왔을 때 “<무한도전> 하고 있어”라는 대답이, 한 프로그램을 녹화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라 “나 지금 집에서 쉬고 있어” 하듯 일상을 말하는 걸로 들려요.

2009년 10월 29일 목요일

대한민국에 던지는 엔센의 충고


"잊혀진 문화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100~500명의 이야기인재를 키워라" - 대한민국에 던지는 옌센의 충고


동화의 나라에서 ‘경영의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



"잊혀진 문화속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100~500명의 이야기인재를 키워라"
대한민국에 던지는 엔센의 충고

롤프 옌센의 드림소사이어티론은 주로 기업과 시장,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국가 차원의 전략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가 이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그는 "맞아, 과거 경제개발이 그랬듯, 한국인들은 국가 차원의 전략을 좋아하죠"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질문에 답했다.

― 드림소사이어티가 상정하는 사회는 부유한 선진국에서나 가능한 것 같은데, 개발도상국에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요?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광범위한 중산층의 출현은 분명히 드림소사이어티의 중요한 사회적 배경입니다. 물론 이런 중산층은 대부분 선진국에 많지요. 하지만 최근 중산층의 확대는 글로벌한 현상입니다. 중국이나 인도, 남미 국가들을 보면 국민의 다수가 여전히 가난한 상태이지만, 중산층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한국보다 중국의 중산층 수가 훨씬 많을 겁니다. 이 부유한 소비자들은 이미 드림소사이어티를 경험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따 라서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국가의 기업들도 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내수시장에서 평범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선 이런 틀을 깨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잘 찾아보면 분명히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가치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이를 어떻게 자신들의 상품에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관광 산업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겁니다. 어느 나라든 역사적 장소와 유물이 있고, 이와 관련된 풍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어떻게 잘 개발해서 활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 만약 중국이 드림소사이어티의 단계로 들어서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또 한국은 어디쯤 가 있습니까?

" 중국은 앞으로 20년은 걸릴 겁니다. 충분한 경제적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이 물질보다 감성적 가치를 소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죠.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벌써 수천만 명에 이르는 중국의 고소득층은 이미 드림소사이어티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군요. 한국은 지금 드림소사이어티로 이행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소비행태, 라이프스타일 등 대부분의 면에서 그렇습니다."

― 드림소사이어티의 시대에 한국이 국가 경쟁력을 육성하려면 어떤 정책적 방법이 가능할까요?

" 우선 감성적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개발(story mining) 하세요. 이는 석유나 우라늄 같은 전략적 자원의 채굴만큼 중요합니다. 정체성과 고유 문화는 나와 남을 차별화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한 보고(寶庫)입니다. 남의 이야기에 눈독을 들이기 전에 먼저 고유의 이야기부터 캐내 보세요.

한국은 지난 50여 년간 근대화·산업화·정보화를 단번에 이뤄내는 과정에서 고유의 문화적 유산들을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바로 한국적인 뿌리와 문화입니다. 드림소사이어티로 성공적으로 이행해 가려면, 그 동안 잊어버리고 있던 것들을 다시 건져내야 합니다.

기업과 문화산업에서 활동할 수 있는 훌륭한 이야기꾼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라 안에서 100~500명의 이야기 인재를 찾아 보세요. 이런 사람들은 분명 어딘가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미 훌륭한 이야기꾼들일 것이므로 별도의 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을 겁니다. 이들에게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해준다면, 새로운 이야기 자원을 끊임없이 창출하여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Cover Story] 동화의 나라에서 ‘경영의 노스트라다무스’를 만나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
이 할아버지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힘만 세고 성실한 ‘마당쇠 직원’은 필요없다
“꿈꾸는 경영의 시대… 상상력으로 무장하라”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할 아버지들이 모두 옛날옛적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드림소사이어티’를 꿈꾸는 이 미래학자의 예언은 늘‘족집게’였다. “노동력은 대체할 수 있어도 상상력은 대신할 수 없다. 감성으로 무장하라. 꿈꾸는 경영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한국의 삼성에겐 어떤 예언을 할까? “삼성의 위기는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의 치명타를 ‘삼성답게’ 극복하라. 그러면 삼성은 또 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중심가 반드쿤스텐(Vandkunsten) 거리. 북유럽의 한기(寒氣)를 가득 머금은 겨울 비를 뚫고 이곳 6번지의 '드림컴퍼니(Dream Company)'를 찾아갔다.

북 유럽식 '오가닉(유기농)' 카페가 있는 아담한 건물 2층. 문을 두드리니 20대 후반의 젊은 남자 직원이 나와 기자를 맞았다. 말이 '컴퍼니(회사)'지, 흘끔 둘러보니 30여 평 남짓한 가정집. '기업의 미래 전략 컨설팅 회사'라는 홍보 문구에서 현대적 사무실을 연상했던 기자는 맥이 빠졌다.

보글보글 커피가 끓으며 구수한 향이 스며 나오는 서재가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65)의 사무실이었다. 반백의 머리에 분홍색 셔츠, 담배 파이프까지 물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은 영락없이 '할아버지 교수님'이었다.

인터뷰를 하겠답시고 수천 ㎞를 날아온 기자에게 그가 먼저 질문을 쏟아냈다. "요즘 한국은 별일 없나요? 세계적 대기업(삼성)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면서요?" 그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한국이 나한테 관심이 많으니까요. (웃음) 한국은 워낙 역동적인 곳이라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해요."

그의 사무실 벽은 그의 행적을 말해 주듯 아프리카와 미국, 남미, 동유럽 등 전 세계의 토산품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 중 하회탈이 들어간 액자도 눈에 띄었다. "사무실이 너무 작은 것 같은데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이게 드림소사이어티 시대의 기업이죠. 공간은 작지만, 우리 회사의 꿈은 세상을 모두 덮을 만큼 큽니다."

옌센은 2001년 덴마크 미래학 연구소 소장 자리에서 은퇴한 뒤 드림컴퍼니를 차렸다. 기업의 미래 전략에 대한 경영컨설팅이 주 업무. 대표인 자신과 비서 1명이 전직원이다. 그는 스스로를 '최고상상책임자(CIO·Chief-Imagination-Officer)'라고 부른다.

CIO라는 직함은 그가 1999년 주창한 '드림소사이어티(Dream Society)론'의 요체를 담고 있다. "MBA들이 지배하는 기계적 효율성의 기업은 점차 도태될 것이다. 미래는 꿈꾸는 경영자들의 시대다." 다시금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옌센은 "가난과 배고픔이 사라진 세계에서 소비자들은 재미와 스릴, 사랑, 윤리적 자부심 같은 정서적 만족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세기에 그가 '미래'라고 지칭했던 시대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옌센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옌센은 "미래의 기업은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감성적 경험(emotional experience)을 제공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한다"고 예언했다.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들은 옌센의 기대에 충실히 부응한 회사들이다. 애플의 아이팟, 스타벅스의 까페라테, 도요타의 렉서스,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생각할 때 소비자들은 뚜렷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세계 시장을 제패한 이들 상품에는 그것만의 독특한 경험과 이야기(story)가 있는 것이다. 옌센은 "그 이야기들은, 다름 아닌 그 기업과 경영자들의 꿈이 체화(體化)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기업들과 차별화된 가치관과 비전(vision)을 제시하고, 이를 기업의 모든 구성원과 공유해 가는 것이야말로 옌센이 말하는 경영인의 가장 큰 역할이다. 심지어 소비자까지 기업의 비전을 믿게 만드는 경영자가 있다. 옌센은 "이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경영자"라고 말했다.

옌센은 시대가 배출한 '꿈꾸는 경영자'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Jobs),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Branson) 회장을 꼽았다. "우리는 어느 순간 그들의 꿈과 열정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들이 창조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동참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합니다. 투자자들도 투자하고 싶어 안달이죠."


2009년 10월 24일 토요일

Rolf Jensen, "Heartstorm" - storytelling moves people through emotional motivation

http://dreamcompany.dk/readings/books/heartstorm-book/

Heartst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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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quel to "The Dream Society" presents the fundamental structure of any good story, presenting inspiration as to all the stories around us, omnipresent yet invisible. It gives the answer to why everybody tells stories, and how it is done.

The book offers the key to why storytelling is not only a new tool, it also contains the oldest structure people know and contain. A structure which for a couple of centuries has been hidden but is becoming more evident as time goes by.

The manuscript for this book was completed after more than a year of research, preliminary studies and analysis. This process has involved thorough understanding of the implications of telling a story, being personally involved and confronted with our own strengths and weaknesses, each new concept that we have met being related to different interconnections with our own lives. The material of this last book has been written as well as experienced, related to personal experiences from many years' work with and in business, at home as well as abroad, all the time interrelated to the actual business of day-to-day living in these companie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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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f Jensen Interview

Rolf Je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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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sen.jpgRolf Jensen is Director of The Copenhagen Institute for Future Studies, one of the world's largest future-oriented think thanks. Strategic advisor to over 100 leading international companies and government agencies, he is also Council Advisor to The Futures Council of The Conference Board, Europe. His articles on future issues and business strategy have been published in numerous periodicals, including the Futurist. The Institute regularly organizes conferences and roundtable discussions providing international businesses, futurists, economists, and sociologists with the opportunity to share vision and research. Dr. Jensen is a member of the World Future Society based in Washington, D.C.


Jensenbook

tompeters.com asks ...

We're talking about your book, The Dream Society. What do you mean by "the dream society?"

RJ: I mean the society where emotions and values account for more when there is a better balance between the brain and the heart, between the rational and the emotional. And this includes product markets, companies, our working lives, and our personal lives.

It is not the end of materialism, but it's the beginning of the end. This was my observation, at least, in 1999 looking at the marketplace, the mega trends of what is happening. The idea was that, please, we have become rich. Now, I'm talking about the rich part of the world, meaning North America, Western Europe, Japan.

If you look at statistics from the past 100 years, you will find that the average citizen has become six or seven times richer during that period, which is a lot. Gradually we are taking a lot of products for granted, and can buy something extra. I think more and more products today, you're buying equipment for self-portraits, as I see it, because you take function for granted. When you buy a mobile phone, you don't ask if it's got good sound. That's basic. But you look at the design and the colors, whether it suits your lifestyle, if its physical appearance sends the right signals about who you are.

I was speaking with, and you probably know them, Kjell Nordström and Jonas Ridderstråle.

RJ: Yes, Funky Business.

The Funky Business guys, about just that idea, how you used to ask people what they did for work. It seems there's less and less of that. In a way, we evaluate each other. I evaluate you by the clothes you buy, by what electronics you get, what model of cell phone you have. It does say a lot about us, what we get.

RJ: It's not the materialistic side, it's the value side, the emotional side. We're expressing ourselves through the products.

Isn't it still a materialism in that it's the product now that defines us? It's the physical thing. Maybe it has an emotional connection within us, but it still defines us in a physical way.

RJ: I think you're right. But to me, that would be the beginning. What would be the next step? That would be trying to paint our self-portrait without having the help of the products. That would occur in an era with a lot of yoga and spiritual things. But it's going to be a number of years before spirituality is a big part of the marketplace.

I recently spoke with Michael Silverstein who's written this book called Trading Up. I think it's along the continuum of what you speak because he noted that-it's mostly from an American point of view-Americans have six, seven, or ten times as much money now as they did in the 1950s.

So we have access to a lot more. But also, we're spending a lot of money in a particular area that has meaning for us, such as somebody spending a lot of money on wines because he likes wine, but an inordinate amount of money. To free up money in the budget for these high-priced things, they skimp in other areas. Clearly, it's an emotional need because the physical need isn't there any longer. They don't have to have that expensive car or they don't need that particular appliance, but they want to have it as part of their personal story.

RJ: I think it's moving from presenting your outer self to exploring your inner self.

Why is that happening?

RJ: I'm not sure. I realize I sound like an old hippie. [Laughter] But one theory goes that, if you look at hunter/gatherer societies, everything was part of their religion, nature typically, trees, rocks, the fields. For example, Ayers Rock in Australia is really a holy place for the Aboriginals.

Then agriculture came along, conquering nature in a way. At which point God moved up into heaven. And now we have explored space, heaven in a way. We've conquered and explored those physical spaces that were once only spiritual. So where would our idea of something stronger than man go? One explanation would be to the individual person, herself or himself. That could explain why you have more and more alternative ways of exploring yourself, your inner self, through meditation, eastern religions, eternity religions, what have you.

Is it that this consuming society has finally gotten everything it needs physically, and so the only thing left is to look towards their spiritual side? Have we been fulfilled?

RJ: That's what I believe. It has already happened. But it may take a lot of years before we discover it. People have been so invested in striving to get more money, to get more products, that it will take some time for this shift to become evident. Right now, we still think it's important to get more stuff. But gradually we'll realize, please, we don't really need it.

Do you have any opponents to this idea?

RJ: No. It's mostly the timeframe we are talking about, whether it's in ten years' time or in a hundred years' time. Some people are saying, "Please, human beings won't become that spiritual. They will still need their Ferraris or their Cadillacs or whatever." And I guess, yeah, some people will.

But you think, as a society, we'll actually move beyond that kind of conspicuous consumption.

RJ: Yes, yes. But it may take 50 years.

What role does nature play in this?

RJ: An important role because, first, we had the idea that nature was something to be conquered. Now it's something precious, to be preserved and more or less to admire. Visiting nature, playing together with nature will become more and more important. And even some religion connected to nature could come around.

For instance, I scuba dive. Most recreational diving occurs around coral reefs, but the divers, while admiring this part of nature, are also responsible for wear and tear on those reefs. How does that dynamic change as we move into this dream society?

RJ: I think that there will be more and more restrictions. Then we will try to build a theme park for it. If you look at the Eden Theme Park in southern U.K., it's similar to the Biosphere that was erected in the American southwest.

Eden is a more moderate theme park, a more moderate attempt to recreate nature artificially. But it's a very big thing. And they're really trying to have all kinds of nature for people to admire. You really have a dialogue with nature in this Eden. And please note the name "Eden." [Laughter] As soon as you have the restrictions on the real nature, then you can recreate it, and have a better dialogue, admire it close up. Then you can learn more about it.

I don't want to go down this path. My first reaction would be, but then we're not even dealing with the real thing any longer, we're dealing with an experience once removed.

RJ: But there are not a lot of real experiences left.

Speaking of experience, we've got a lot of gurus here in the States talking about how we're living in an experience economy where the reason we pick one place to shop as opposed to another is that it's like an event, going there is a positive experience in itself. It goes above and beyond getting whatever it is we're going there for. Is that part and parcel of the dream society?

RJ: Yes.

Is that just a step along the way?

RJ: No, that would be at the center of it. The next step after saying experiences is to define what kind of experiences we are talking about. Do you visit one mall as opposed to another because of how you are taken care of? Or is it because it has new and challenging products? Is it that you feel like an explorer? Or is it because you get recognition, because you feel important when you are there?

There is that experience, but there's a story with it or wrapped around it as well. We're hearing that a lot now from marketing people, from companies, is that you've got to have a story to engage people. We're clearly very responsive to it because we like stories. Why are we responsive?

RJ: Well, my next book, it was out last year, deals with this issue. It's called Heartstorm, instead of brainstorm. It's about storytelling. It's not published in English yet.

The need for storytelling is as old as human beings. Nothing new there. But in the past hundred years, we have been emphasizing the facts and the rational way of behaving too much. So we have to rediscover what we once knew and did to find the better balance. When I'm talking about The Dream Society book, I say, "Well, the dream society is the theory, storytelling is the tool."

The Dream Society book is about the theory of the future of the marketplace. And the Heartstorm book about storytelling is the tool. To explain this briefly, consider the book, Who Moved My Cheese? According to the publishers, it has sold more than 14 million copies around the world. It's a story. It's a metaphor. And it appeals directly to the heart, to your emotions. It's about being prepared for change in companies.

There's nothing rational in this book. It's about mice in a maze. [Laughter] On the surface of it, it's completely stupid that you can convince managers and employees to become ready for change by reading such a small, stupid story. But it works. It bypasses your brain. When you are reading it, you say, "Yes, of course. We must be ready for change."

I use it as an example. Then, on the other side, you have a Harvard Business School Press book about change management. It talks to the brain. The author of that book writes that 75 percent of failed change initiatives don't succeed because the motivation for change was not in place. Employees are not ready. They're not motivated enough to accept change. And that's why it goes wrong. So I think that proves the point, please, talk to the heart instead.

We have to rediscover storytelling because it's a better way of communicating. It's more effective. And, of course, we are seduced by stories.

You meet people, and you might even say to them, "Tell me your story. What's your story?" And so we expect that people will, in a way, have formulated or kept track of their own story as well. To the degree that we find people interesting is probably the degree to which they have worked on their story.

RJ: That's it. When you watch The Godfather movie, you really hope that this "Godfather" family will prevail and succeed. Afterwards, if you ask people, "Are you for or against organized crime?" they will say, "Of course I am against organized crime." But of course they were still hoping the "Godfather" family would win."

Well it's true. Right now, on American TV, we've got The Sopranos, which is sort of The Godfather story updated. But it's a very human Don of the family, and he's seeing a psychiatrist. It's very complex. And I'm sure that's what people love about it.

RJ: No. Of course, we sympathize, even though they are breaking the law.

It's like we take a time out from reality. As you've said, we're caught up in the emotional. Here is a guy who still is trying to discover something about himself. And that's what appeals to us, I think.

RJ: So, it's only by way of illustrating the power of a story.

You make a statement at some point where you say, "The visual image will be the most important form of communication in the future," or "in the dream society."

RJ: I think the first point would be it's already happening. That would go for TV. It would go for mobile phones. They're gradually getting visual. And the next thing is video. If you have the facts, you can add emotions to the picture so you can have a more balanced way of communicating. The good picture, the good video can send more information both factually and emotionally than can the written word.

You talk about Greenland as a dream society destination. Why is that? I'm personally interested in Greenland because it seems like this very inviting, big hunk of ice out in the North Atlantic. But why do you mention it in your book?

RJ: Well, for several reasons. One would be that, really, the nature is magnificent. And then you have lots of good stories connected to Greenland. You have the explorers' stories about crossing Greenland ice on skis. You have the fabulous storytelling of the Greenlanders. They have fairytales, they have myths and legends. And they can tell them still. So I'm suggesting that that would be why it would be a good dream society country.

So do places where they're still closer to their myths or they're still in the process of retelling them, are they going to become entry points for other places to get back in touch with their own stories?

RJ: Yes. If you ask the Native Americans on the West Coast of the U.S. and Canada, a lot of these people are making quite a lot of money out of storytelling by designing masks and theme parks, and what have you. So it has begun. And one of the next places could be Greenland.

We've been talking about the market. And then you also deal with the person in this dream society. And at one point, you talk about this concept, which I like, which is hard fun. Can you talk briefly about what you mean by that?

RJ: We have this old concept of work, which is that in order to finance family life, we have to work. But the reasons for work are changing fast. You're working for recognition. It's part of your life. It's an integrated part of your life. Work must be fun, and it doesn't matter if it's hard, as long as it's part of your life.

It's the old socialist blue-collar worker definition of work that is changing. That's why I called it from hard work to hard fun, that you have a positive definition of work gradually emerging. There are some countertrends in the U.S., though. But as I see it, it's happening in the Nordic countries.

Well it brings to mind, for me, one of our cool friends, Sally Helgesen, who has done a lot about the workplace and the woman in the workplace. But her last book was called Thriving in 24/7 in which she is talking about the same tendencies, the workplace and work and fun becoming blurred. And she actually spoke about this model where you don't really have weekends anymore, and you just kind of do everything you do in your life, but each day.

So I may get up and work for a while, and then I go out and run some errands, or I might get the dry cleaning that I might normally have done on a Saturday. But that it all just becomes part of a day, and we just don't bother to make a distinction between what's personal and what's work. It's just kind of all one.

RJ: I think that could be the possible positive outcome. But of course, nowadays, most people have a conflict between family life and work. This will change. More and more people have a nice day working. It may be hard, but it's still fun. It's like when you are playing chess, for example. Are you enjoying yourself? Yes. But you don't laugh. I'm still enjoying myself because it's a challenge. And playing cards, for example. But then what if you are playing Monopoly? Then you are laughing a lot. [Laughter] So maybe Monopoly could be the metaphor for the future of work.

I see that with my friends and colleagues is that they love what they're doing for work, and just throw themselves into it. I have a picture of my dad. He got off work at five, and was home right away, and just sort of seemed to hate every minute of his eight-hour workday.

RJ: And are we working just now? Yeah, sort of. But on the other hand, are we just discussing some interesting subject? Yes. Hopefully, we think we are. From an old-fashioned worker, it would seem like we are doing nothing, we are just talking on the phone. [Laughter]

Thank you.

Email: rj (at) dreamcompany.dk

Web site: www.dreamcompany.dk

Dreamworks, Katzenberg visits in Korea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10/23/2009102301276.html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대표
"영화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하라…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이다"
인어공주·라이온킹·슈렉 등 제작 애니메이션의 새 역사 만들어
"콘텐츠 성공여부는 소비자가 좌우"

제프리 카젠버그(Katzenberg·사진·59)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대표는 예상보다 훨씬 마른 체구였다. 악수를 할 때 기자는 금방이라도 비틀어질 듯 얇고 가는 손을 보고 살짝 흠칫했다. 목소리는 카랑카랑했지만, 말을 꺼낼 때는 속도가 느리고 매우 신중했다. 그를 만난 서울 신라호텔의 어둑어둑한 조명과 어우러지니, 마치 수도승에게 가르침을 받는 듯한 엄숙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그 는 스티븐 스필버그(Spielberg), 데이비드 게펜(Geffen)과 함께 1994년 드림웍스(Dreamworks)를 창업, 매출 45억달러(애니메이션 부문은 6억 5000만달러)의 세계적인 영화·애니메이션 회사로 키워낸 콘텐츠 업계의 거인(巨人)이다. 제작자로서 그의 경력을 훑어보면, 그대로 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역사다. 그는 파라마운트, 디즈니, 드림웍스로 회사를 옮겨가며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온킹', '슈렉', '마다가스카' 같은 명작(名作)들을 쏟아냈다. 흥행도 물론 성공했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중 1위가 슈렉 2(8억8000만 달러), 3위가 슈렉 3(7억9000만달러)이다.

제프리 카젠버그(Katzenberg)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대표 /블룸버그뉴스

그의 인생 자체도 파란만장한 '스토리'다. 대학을 중퇴하고 정치판에 뛰어들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23세에 파라마운트 사장을 만나 콘텐츠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자로 성장했다.

그 러나 입지전적인 성공 신화를 써가던 1994년, 44세의 나이에 그는 갑작스러운 복수극의 주인공이 된다. 파라마운트에서 디즈니로 함께 옮겨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던 마이클 아이스너(Eisner) 당시 디즈니 회장과 균열이 생긴 것. 카젠버그는 당시 공석이 된 사장직을 원했지만, 아이스너 회장은 거절했다.

결국 카젠버그는 디즈니를 나와 드림웍스를 창립했다. 그 뒤 그는 스티브 잡스(Jobs)처럼 '쫓겨난 뒤 복수하는' 경영인으로서 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는 '슈렉'을 선보이며 '디즈니스럽지 않은' 새로운 애니메이션의 전형을 탄생시켰다.

그에겐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표현이 따라다닌다. 천하의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를 팔기 위해 카젠버그를 찾아갔다가 '협박' 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애플에 서 쫓겨나 '넥스트'라는 컴퓨터 회사를 창업한 잡스는 당시 디즈니에 있던 카젠버그에게 "이 컴퓨터가 앞으로 애니메이션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낭패를 치른다. 카젠버그는 이렇게 대꾸했다. "애니메이션은 '내 것'이야. 지금 자네가 하는 말은 내 딸과 데이트를 나가겠다는 소리처럼 들리는데, 이봐, 난 총을 갖고 있어. 내 것을 뺏어가려고 하면 총으로 네 놈의 거기를 날려 버리겠다고."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슈렉’의 한 장면 /블룸버그뉴스

카젠버그에게 정말로 '배울' 기회가 있다면, 사실 수백 시간도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허락된 인터뷰 시간은 1시간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질문을 던졌다.

―인터뷰 시간을 늘릴 수 없나?

"어렵다.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다. 세계 각국을 돌며 내년도 드림웍스의 차기작과 관련해 배급 파트너들과 미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럼 한국 말고 또 어디를 방문하나?

"한국을 떠나면 모스크바,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로마, 파리, 런던을 들른다. (잠시 쉬고) 서울에 오기 전에는 멕시코시티, 리우데자네이루, 시드니, 싱가포르, 방갈로르, 캘커타, 도쿄를 들렀다. 이번 출장은 20일 정도인데, 9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곧 그와 기자의 입에서 한숨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카젠버그 대표가 웃으며 덧붙였다.

"계산해 보니 2008년 4월 1일부터 2009년 4월 1일까지 72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탔더라. 작년에는 평균적으로 1주에 약 15시간 비행기를 타고 있었던 셈이지."

기 자의 머릿속은 이제 '1시간 인터뷰라도 빨리 챙겨서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그가 콘텐츠 산업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를 쏟아내는 동안, 1시간은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갔다. 그는 정말로 할 이야기가 많았다.

슈렉2와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사장.

카젠버그가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콘텐츠에 대해 강조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콘텐츠를 변화시킬 미래의 기술에 주목하라. 둘째, 무엇보다 스토리에 주목하라. 셋째, 항상 소비자를 상사(上司)로 모셔라.

그 는 특히 스토리텔링의 힘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 콘텐츠가 언어 장벽 때문에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고 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스토리라면 관객들은 반응한다. 당장 우리 영화도 46개국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가?"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흔히 콘텐츠에 대해 품는 '환상'에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속된 말로 '까칠할' 정도였다. 그는 "콘텐츠 산업은 돈이 매우 많이 드는 산업이며, 한국이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키우려면 지갑이 두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콘텐츠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꿈꿔온 많은 국내 관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충고였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제프리 카젠버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가 애니메이션의 성공 비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아침 4시에 일어나 6시에 업무를 시작하는‘일 중독자’로 유명하다. 일 처리 역시 정확한 수치를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에게 얼마나 바쁜지를 묻자“지난해 1주일에 평균 15시간씩 비행기를 탔으며, 이번 출장 중 96시간 동안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가장 위대한 협력은 그 안에 스스로 긴장을 갖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한국의 배급 파트너인 CJ와 내년 상영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러 왔다. 내년에 3개를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 5월에 '용을 길들이는 방법(How to train your dragon)'을 처음 출시하고, '슈렉4-포에버 애프터(Shrek forever after)'가 여름에, 연말에 '우버마인드(oobermind)'가 출시된다."

―어떻게 다양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서 창조적인 성과로 연결시키는가?

"뛰어난 리더십 팀을 갖고 있기에 가능하다."

―리더십 팀?

"애니메이션은 팀 스포츠와 같다. 1인 스포츠가 아니다. 위대한 축구팀은 다양한 포지션에 다양한 기술을 가진 선수들로 이뤄진다."

―말은 쉽지만, 뛰어난 선수들끼리도 갈등이 일어난다. 어떻게 조정하는가?

" 드림웍스는 대부분 오래 일한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 (이런 조직에서) 때때로 더 일을 잘하기 위해 일어나는 갈등은 오히려 좋은 것이다. 최선의 성과를 찾으려다 보면 당연히 갈등이 일어나는데, 나는 이를 대립(conflict)보다는 마찰(friction)이라고 부르고 싶다. 가장 위대한 협력(collaboration)은 그 안에 스스로 긴장(tension)을 내포한다.

드림웍스 직원들은 서로간의 존중이 있고,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런 경우의 협력은 쉽게 이뤄지지도, 쉽게 깨지지도 않는다.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나의 협력을 보라. 15년 동안이나 깨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지 않나?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의견도 자유롭게 의논할 수 있다."

―세 사람은 그렇다고 치고, 드림웍스 직원들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떤가? 점점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려워지고 있다.

" 기술을 도입해 극복하고 있다. 우리는 스튜디오가 세 곳에 있는데, 둘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나머지 하나는 인도 방갈로르에 있다. 우리는 7~8년 전부터 이런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화상 회의나 가상공간에서의 작업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예를 들어 한 스튜디오에서 회의나 편집 작업이 시작되면, 다른 스튜디오의 직원들이 영상을 통해 접속하는 식이다. HP에서 구축한 '헤일로'라는 시스템을 이용한다.

스 튜디오도 물리적으로 소통이 쉽게 설계돼 있다. 각 영화는 350~400명의 인원으로 제작되는데, 여러 직무를 맡은 사람들이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구조를 꾸몄다. 예를 들면 스토리텔링, 감독, 편집 파트에 각각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들이 배치되고, 전체적으로 원형을 이룬다. 그 중심에는 애니메이션, 특수 효과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자리 잡는다."


■"기술은 스토리텔링에 녹아들 때 의미가 있다"

―향후 애니메이션을 모두 입체 영화로 제작하겠다고 선언 했다. 왜 입체 영화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미 중요해졌다. 사람들은 입체 영화를 좋아한다. 박스 오피스를 보면 영화들이 이미 입체 영화로 제작되고, 입체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예전에 비해 훨씬 입체 영화의 질이 높다. 앞으로 6~9개월 내에 출시되는 입체 영화는 더욱더 좋아질 것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고, 곧 혁명으로 번질 것이다. 입체 영화는 소비자들이 (영상을)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마치 위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처럼, 처음에는 영화관에서, 다음에는 집으로, 그리고 광고판, 마지막으로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곳에서 입체 영상이 나타날 것이다. 향후 10년 안에, 우리가 자연스럽게 사물을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입체 영상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기술과 콘텐츠의 질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스토리텔링에 달렸다. 기술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에 녹아들게 하는가의 문제겠지. 영화를 상영하거나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행위는 소비자를 더 깊고 실감 나는 '체험'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70년 전을 생각해보라. 컬러 영화가 도입됐을 때, 많은 사람은 색감이 스토리의 몰입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컬러에 적응했다. 그리고 컬러는 영화 제작자들이 스토리를 표현하는 매우 강력한 방법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음향도 마찬가지다. 입체 영화도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입체 영화는 스토리텔링을 하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켜줄 것이다."

―인터넷은 콘텐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를 들면 불법 복제 콘텐츠의 범람이 성가시지는 않은가?

" 나는 일단 불법복제를 단속하는 사람은 아니다(웃음). 모든 지적 재산에 있어 불법 복제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으니까. 제작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인터넷은 소비자의 손에 좀 더 빠르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이다. 물론 모든 강력한 도구들은 좋게도, 또는 나쁘게도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선악을 떠나서, 인터넷은 지난 10여년 동안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고, 구매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기술을 포용하면서 기업가(entrepreneur)답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음악산업보다는 그렇다. 영화산업 종사자들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굉장히 다양하다. 영화관에서 볼 수도 있고, DVD를 살 수도 있으며, 불과 1달러에 하루 종일 DVD를 빌릴 수도 있고, 디지털 영화를 온라인에서 보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은 오랫동안 CD를 판매하는 방식에 집착해왔다. CD 한 장은 보통 16~18달러에 팔리는데, 이는 고객에게 굉장히 비싼 가격이다. 소비자는 결국 승리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악산업이 고수해온 나쁜 사업 모델은 무너지고 말았다."


■"소비자야말로 나의 보스"

―콘텐츠산업에서 소비자가 중요하다지만, 감독이나 배우 등 강력한 제작 스태프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시장도 그런 기미가 있고.

"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 콘텐츠가 성공적인지, 아닌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은 소비자다. 소비자가 좋아하지 않는다면 콘텐츠 제작자가 성공할 수 있는가? 나는 물론 내 영화를 내 취향대로 만들고, 계속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이 내 영화를 찾지 않는다면, 나는 결국 파산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영화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는 점이다. 그들이 우리 영화를 좋아하고, 충성하게 되면 결국 브랜드가 생기고, 가치가 생긴다. 고객 만족이야말로 우리 회사를 키운 동인(動因)이다. 물론 이것은 쉬운 과정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브랜드가 유명해진 영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그래도 나는 관객들을 위해 항상 영화를 만들어왔다. 우리 회사의 제작자나 감독들도 모두 그렇다. 우리의 상사(boss)는 영화 관객이다. 실제로 나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 프리뷰(미리 보여주기)를 매우 신뢰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직접 보고, 자신들이 원했던 것이 실제로 영화에서 구현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어떻게 영화에서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가?

" 전적으로 영화 자체에 달렸다. 영화제작사 브랜드가 좋은 영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좋은 영화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몇 년 동안 우리 영화는 매우 잘 해왔고, 그 결과 일종의 기준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영화가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스토리가 복잡하고, 대(大) 스타들이 성우를 맡고, 코믹한 요소가 있고, 사회에 대해 풍자적이다. 그 결과 우리는 관객과 일종의 관계를 형성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영화라고 하면, 어떤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관객들의 기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관객들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에서 느끼는 특징들은 드림웍스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인가?

" 의도된 것이다. 물론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시간도 꽤 오래 걸렸고, 실험도 많았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 대한) 연구개발(R&D) 기간을 거쳐 우리는 '슈렉'을 내놓았고, 그 이후로 모든 게 잘 풀렸다. 드림웍스 특유의 스토리 요소들이 슈렉에는 잘 녹아있다. 그리고 이후 우리는 그같은 특징을 충실히 답습했다."

―드림웍스만의 스토리텔링 요소를 연구하는 R&D 인력들이 따로 있는가?

"물론 스토리 개발팀이 있다. 어떤 순간에도, 드림웍스는 9~10개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그리고 8~10개의 영화를 개발 중이다."

―마치 공장 같다.

" 글쎄, 공장이라고 하면 좀 기계적인 느낌이고…. 알다시피 영화는 예술과 기술의 '결혼(結婚)'으로 태어난다. (공장의) 대량 생산 시스템처럼 예측에 딱딱 맞춰 생산되지는 않는다. 영화란 마치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흘러간다. 각 영화는 모두 스스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자신만의 경로가 있다. 어떤 영화들도 서로 똑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심지어 속편 시리즈물도 그렇다. 모든 영화는 특별하다."

―본인의 제작 작품 중 가장 스토리텔링이 좋았던 영화는 무엇인가?

"이야기했듯이, 관객에 물어보라(웃음)."

―관객들은 슈렉이라고 많이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세계 시장의 관객들에게 물어보면 그런 대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 가장 성공적이었고, 드림웍스의 간판이 된 작품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쿵푸 팬더'도 반응이 좋았다."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담는 것"

―슈렉이 그렇게 크게 성공한 까닭은 무엇인가?

" 아마도 우리 모두 마음속에 조금씩은 괴물(ogre)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큰 웃음). 우리들은 모두 스스로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또 슈렉은 삶을 통해 긴 여행을 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도록 허락하는 법을 배운다. 이는 사람들이 인생에서 일반적으로 겪는 과정이고, 그래서 공감을 얻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여정은 내년에 '슈렉4'에서 모두 통합될 큰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슈렉4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슈렉3'에서 슈렉은 많은 것을 얻었지만, 스스로 그 가치들에 대해 충분히 감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슈렉4에서 슈렉은 그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얻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인연을 맺었던 아내, 친구, 이웃들이 얼마나 감사한 존재였는지 깨닫게 된다."

―풍자적인 요소가 가득한 기존 슈렉 시리즈를 감안하면 해피엔딩을 기대하지 않았던 관객들도 있었을 텐데?

" 반쯤 만들어진 상태로 얼마 전 시사회를 가졌는데, 줄거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관객들도 있었다. 고객들이 매우 놀라고 감동스러워 하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이 평소에 당연하게 여겼던 단순한 요소들이 실제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는 과정은 매우 흡인력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담는 것이 스토리텔링에 큰 역할을 하는가?

"물론 그렇다. 가장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란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잘 투영시킨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게 하라', 이것이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의 성공 법칙인가?

"법칙(formula)까지는 될 수 없다. 하지만 기본적인 성공 요소(element)라고는 생각한다. 실제 세상과 애니메이션을 연관시키는 작업은 우리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 성공 요소를 꼽는다면?

" 여러 가지가 있다. 예를 들면 관객들을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관객들은 캐릭터에서 간접적으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모든 캐릭터가 거울에 스스로를 비친 것처럼 똑같을 필요는 없다. 일종의 팩션(faction·사실과 허구를 혼합한 장르)이면 충분하다.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 때 현실을 똑같이 재현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텔러의 상상을 토대로 현실을 창조해낸다. 쿵푸 팬더를 생각해보라. 쿵푸 팬더의 배경은 명확하게 중국의 팩션이다. 하지만 매우 많은 상상이 결합돼 있고, 매우 동화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대단한 악역(惡役)을 만드는 것이다. 쿵푸 팬더의 타이렁(쿵푸팬더의 호랑이 악역 캐릭터)을 생각해보라. 그는 매우 똑똑하고, 강력한 적이다. 주인공이 펼치는 여정 대부분에 관여한다. 그리고 주인공을 훈련시킨 사부가 역설적이게도 똑같이 타이렁을 훈련시켰고, 사실상 창조했다. '라이온킹'의 스카도 대단한 악역이다. 다음에 등장할 슈렉4의 악역도 매우 똑똑하고, 강력한 적이 될 것이다. 대단한 악역을 갖는 것은 애니메이션 성공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 영화,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라"

―한국 영화를 최근 본 적이 있는가?

"사실 없다. 이번 일정 중에 '해운대'를 볼 예정이다. 큰 히트를 했다는데, 꼭 보고 싶다. 이야기했듯이 관객이야말로 우리의 보스니까. 그들이 왜 그렇게 열렬히 반응했는지 꼭 알고 싶다."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다. 어떤 전략을 추천하겠는가?

" 스토리텔링에 집중하라.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산업은 공장도 아니고 대량 생산 시스템도 아니다. 예술적인 표현과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산업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작가를 찾아내고, 훌륭한 제작진을 붙여야 한다. 역사적으로 불과 몇몇 회사만이 성공한 산업이다. 애니메이션만 해도 디즈니와 픽사(디즈니와 같은 회사지만 스튜디오가 다르므로 따로 언급했다), 그리고 우리 정도다."

―한국 영화가 영어로 스토리 텔링을 하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언어 장벽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 잘 모르겠다. 우리가 만든 영화도 한국어로 번역돼 한국에서 잘 상영되지 않는가? 드림웍스의 영화는 46개국 언어로 번역된다. 다만 현지화는 중요하다. 우리는 애니메이션 더빙 스튜디오를 한국에 갖고 있으며, 우리의 영화에 맞는 성우를 캐스팅해 적절하게 더빙한다. 단순히 번역하고 원작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더빙 감독이 (스튜디오에) 따로 있다. 그들은 원작의 느낌과 목소리 톤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한국인에게 미국인들이 느꼈던 감동을 비슷하게 전달할 수 있다."

―한국 영화, 애니메이션 회사가 더빙이라는 한 부분에만 그런 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다.

" 애니메이션 산업이란 매우 비싼 산업이다. 우리가 만드는 영화들은 그해에 만드는 영화 중 가장 비싼 영화 10위권에 항상 든다. 제작비만 한 편당 1억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다. 엄청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항상 든든한 지갑(deep pocket)을 준비해 두는 것은 글로벌 콘텐츠 회사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제프리 카젠버그는…


미국 영화산업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 그가 디즈니를 관두고 나와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함께 창립한 드림웍스는 '슈렉' 시리즈의 대성공과 함께 디즈니-픽사 연합군의 거의 유일한 경쟁자가 됐다.

그 가 현재 대표로 있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2004년 드림웍스에서 분사했으며, 창립 이래 그가 계속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모회사인 드림웍스는 2005년 파라마운트에 매각됐지만,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독립 업체로 남아있다. 2007년말 기준으로 직원 수는 1450명이다.

그는 1950년 뉴욕에서 주식중개인 아버지와 태피스트리 미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뉴욕대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중퇴하고, 대통령 선거판에서 일했으며, 1973년 파라마운트에 입사하면서 영화판에 발을 디딘다.

그 와 디즈니에서 함께 일했던 인사는 "카젠버그는 별로 아는 게 없다. 하지만 그는 뭐든지 금방 배우는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정식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오로지 현장에서 익힌 지식으로 숱한 명작을 내놓았다. 디즈니 시절 '누가 로저래빗을 모함했나'(1988), '인어공주'(1989), '라이온킹'(1994)을 내놓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왕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으며, 뒤에 디즈니가 픽사와 미라맥스를 인수하는 데도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10월 23일 금요일

MIT professors

photo: Raskar Ramesh Raskar, Camera Culture
How to create new ways to capture and share our visual information.


photo: Resnick Mitchel Resnick, Lifelong Kindergarten
How to engage people in creative learning experiences.


photo: Bove V. Michael Bove, Jr., Object-Based Media
How to create communication systems that gain an understanding of the content they carry and use it to make richer connections among users.


photo: Machover Tod Machover, Opera of the Future
How musical composition, performance, and instrumentation can lead to innovative forms of expression, learning, and health.


photo: Breazeal Cynthia Breazeal, Personal Robots
How to build social robots that interact, collaborate, and learn with people as partners.


photo: Paradiso Joseph Paradiso, Responsive Environments
How sensor networks augment and mediate human experience, interaction, and perception.



photo: Paradiso William J. Mitchell, Smart Cities
How buildings and cities can become more intelligently responsive to the needs and desires of their inhabitants.


The overall mission of the Center is to explore the convergence between art and technology—particularly as related to creative expression through story forms—in ways that elevate the human experience.

To achieve this overall goal, storytelling-related activities of the CFS will address a set of macro themes:

  • Experience: developing a new narrative language that is a combination of audio, video, and computation, and supporting transmedia, where the story world is accessible across many media forms (e.g., theatrical, broadcast, on-line, mobile, and new forms to be invented)
  • Community: building participatory environments in which communities (both pre-existing and dynamically created) can co-create and share their stories in a social and possibly mobile and pervasive manner
  • Capture/Craft: developing new devices for capturing performance and the world, and for creating new tools and technologies for designing worlds and the experiences that take place in those worlds
  • Creativity/Expression: empowering individuals—from novice to expert—through accessible tool kits, new on-line approaches to mentoring and co-construction, and environments designed to support distribution and sharing; developing tools and techniques to support the balance of control and interaction between storyteller and audience to sustain a high-quality experience
  • Engagement/Learning: creating sharing platforms for cross-cultural understanding, supporting learning through engagement with story-based experiences, and enabling mentoring communities that overcome traditional communication barriers
  • Forms/Medium: creating a positive engagement for a fragmented audience, developing and extending displays and interaction means, creating intelligent characters both virtual and physical (e.g., robots)

Particularly in the early phases of the collaboration between Plymouth Rock Studios and the Media Laboratory, technologies for the studio campus itself (relating, for instance, to sustainability and communications) will also make up a significant part of the activities of the Center.